2024. 4. 6. 22:34ㆍ영화, 드라마
중국의 작가 류츠신(刘慈欣)이 지은 SF 소설을 원작으로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하였습니다. 원작인 “삼체(The Three-Body Problem, 地球往事)”는 2007년, 2008년, 2010년 3부작으로 발표된 소설로서 중국에서 300만 부가 팔렸으며, 중국에서는 전체를 통틀어 地球往事라 칭하고 1부 부터 각 三体, 黑暗森林, 死神永生라는 소제목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삼체”라는 제목 아래 3권으로 출간되어 각 삼체문제, 암흑의 숲, 사신의 영생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서 나왔습니다. 미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SF 문학계의 권위있는 상들 중 하나인 휴고상을 받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스포가 있습니다)
드라마의 초반은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 당시의 홍위병과 그 소용돌이 속에 희생되어진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무겁게 시작합니다. 이러한 사건에서 뛰어난 과학자인 아버지를 잃은 예원제(진쳉)는 인간에 대한 환멸과 그 당시 문명에 대한 실망으로 지구문명의 멸망 내지는 변화를 목적으로 우연찮게 접속한 외계문명을 지구로 초대하는 결정을 하게 되고 이는 현재의 지구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위협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초반에 등장한 중국 문화대혁명의 이야기가 중국에서 소설로 나온 것이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검열을 우려해 중국에서 출간된 소설에서는 1권 중간에 묘사됩니다만, 영문판에서 서두에 등장하고 이를 넷플릭스에서 처음부터 강렬하게 묘사하면서 중국에서 “중국을 나쁘게 표현한다” “역사의 진실한 재연이다” 등의 논쟁이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후반부 외계인의 지구침공이 명확해진 시점에서의 비주얼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1996)”가 비슷해보이나 개인적으로는 1983년에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한 SF 드라마인 “브이(V)”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외계인에 대한 위압감과 무력감에 대한 트라우마를 내게 심어준 “브이(V)”라는 드라마와 비슷한 기분이 들어서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오마주 되고 있는 “브이(V)”는 얼마전 발표되었던 “황야(2024)”에서도 오마주로 판단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액션 드라마 장르가 아닙니다. 넷플릭스도 SF 시리즈, 스릴러 시리즈로 분류한 것처럼 액션은 거의 없고 스릴러가 가장 어울리는 분류입니다.
드라마의 초반에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 등이 등장하여 “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드라마인가 생각했지만 외계인의 등장으로 갑자기 평범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신의 영역에서 외계인의 영역으로 내려온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드라마는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되는 신에 대한 믿음과 맹종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과는 배치되는 설정도 많이 나오지만 제가 부족한 탓이므로 과학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놀라운 것은 17년 전에 중국에서 쓰여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설정과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며 과학문명, 신, 외계인, 인간의 삶과 죽음 등 정말 여러가지 주제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드라마입니다. 저는 가끔 철학책보다 하나의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 더 깊은 철학적 문제를 제시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 저 같은 무지렁이에게는 어려운 책보다는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자극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
읽어보지 않았지만 소설에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 드라마는 소설의 전부를 그리지는 못하고 소설의 1권에 대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시즌 2가 계획되어 있다고 하며 본 편의 마지막에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모든 부분을 담기 위해서는 시즌 3까지가 필요해 보이는데, 어떠한 결론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시즌 2와 시즌 3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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