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4. 11:12ㆍ영화, 드라마
영화 “아가씨(2016)”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2023년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 영화 감독상 박찬욱, 영화 여자최우수연기상 탕웨이 등 수많은 국내외 영화제의 수상에 빛나는 영화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나 감상을 미루어 놓았던 영화인데, 우연히 청룡영화제에서 정훈희의 “안개(1967)”라는 곡을 들으며 탕웨이가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보고 뭔가에 홀린 듯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의아하게도 “안개”라는 곡은 정훈희의 원곡으로 영화에 삽입되어지나 헤어질 결심 OST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Melon에 나와있는 조영욱과 사운드트랙킹스의 헤어질 결심 OST 앨범 34곡에 “안개”는 없네요).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스포가 있습니다),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의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탕웨이)를 만나게 되는데,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아내를 살인의 용의선상에 올리고 조사하게 됩니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게 되고 서래는 해준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해준과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영화의 초반은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과도 같은 미묘한 감정과 상황이 그려지는데, 중반부터 갑자기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나며 서늘한 진실을 파해지는 상황이 전개됩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막바지 반전이 아닌 영화의 러닝타임 중 거의 정중앙에서 영화가 시작된 사건의 모든 진실을 드러내어서 그 이후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짐작이 안 갔었는데, 놀랍게도 전반부 이야기와는 전혀 결이 달라 보이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서래도 전혀 다른 이미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서래의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사건의 전개였으며 이를 통해 다시끔 엉키는 두사람의 감정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짧게 표현하자면 여러 사건들의 사이에서 우연히 만나 표류하는 두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 장면 중 하나를 보여주는 영화 포스터에서 그들의 미묘한 감정이 느껴지는데, 두 사람은 차 뒷자석에서 수갑을 차고 형사와 용의자라는 관계를 나타내지만 결혼반지를 낀 해준의 손과 서래의 손은 서로 닿아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자는 해준과 창 밖을 무심히 바라보는 서래의 시선도 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조금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로 영화가 전개될 것 같았지만 예상외로 잔잔한 코미디가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코믹한 배역은 아니지만 희극인인 김신영이 등장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친 음악도 좋고 영상미도 뛰어납니다. 그러나 제 영화 취향인 액션 또는 로코와는 전혀 다른 장르로 저에게는 어려운 영화임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설명할 수 없는 흡입력으로 인내심이 접시물보다 얕은 제가 완주 했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것을 떠나 주인공인 박해일과 탕웨이의 연기력에는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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